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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3 , Op39’ 본문

클래식

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3 , Op39’

오셜리 2024. 5. 24. 15:57

 

 

 

- 블로그에 개인문화생활 이동중이라 정보(날짜)가 맞지 않으니 이해바랍니다 -

 

 

 

늦게 알게되어 표를 한장만 예매를 해서 혼자보러 감

소극장이라 아담하니 리사이틀로는 딱이였음

조용하고 기침이라도 할려치면 공연장이 울릴까봐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몇번 직관은 못했지만 손민수 교수의 공연은 참으로 꽉찬 느낌이다

제스쳐도 스승님이라 그런지 윤찬님과 너무 비슷해서 반갑기까지~~^^

 

놀랬던건 앵콜로 한곡만 하실 줄 알았는데

오호~~두곡이나 하셔서 깜짝 놀람...

 

너무 힘드실꺼 같아서 더 박수를 치면 세곡까지 하실까봐

사람들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랄까...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하면 뭔가 난 어렵고 어색한데

유투브로도 찾아보고 했더니 듣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느낌이다

라흐마이노프의 대중적인 2번 3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랄까...

 

클린이로써 이렇게 오늘도 하나씩 알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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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 기획공연 <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

 

- 프로그램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33 Sergei Rachmaninov Études-Tableaux Op.3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39 Sergei Rachmaninov Études-Tableaux, Op.39

 

 

 

- 앙코르 -

 

1.Rachmaninoff, Elegie, Op.3 No.1

라흐마니노프, 엘레지 작품번호 3-1

 

 

2.Rachmaninoff, Lilacs, Op.21 No.5

라흐마니노프, 사이렌 (라일락) 작품번호 21-5

 

 

 

 
 
 

 

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고,

듣고 싶은 레퍼토리를 찾아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다.이상적인 것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특정 레퍼토리를 연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모델과 최고 디자이너가 만났다고 해도 사이즈는 물론 어울리는 스타일과 소화할 수 있는 컬러에 따라 선택이 나뉘게 되는 것처럼,

연주자와 작품도 그들만의 이상적인 매칭이 서로의 시너지를 위해 중요하다.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음악이 듣고 싶을 때 찾아 듣는 레퍼토리가 있다.

베토벤과 리스트다.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는 리스트는 베토벤 음악의 뛰어난 해석자였고, 베토벤 음악의 스페셜리스트였다.

베토벤 음악의 깊이나 묵직함, 길고 긴 서사는 리스트 피아노 작품이 갖는 무게감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텐데, 그 연장선상에서 손민수의 연주로

두 음악가의 작품을 감상해 온 것은 두 작곡가를 좋아하는 애호가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베토벤 음악은 진중하고, 리스트 음악은 테크닉만 화려한 가벼운 음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면, 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건반을 장악하는 능력이 남달랐던 리스트는 오늘날 피아노라는 악기의 음량과 강도 등 여러 세밀한 부분에서 기준을 세웠고

피아노 연주의 지평을 넓혀놓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과 리스트 음악을 같은 선상에 두고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볼 수 있다. 거장 알프레트 브렌델은 “베토벤과 리스트를 같은 프로그램에 넣는 것조차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리스트는 지독하게 폄하된 작곡가이고, 리스트를 잘 연주하려면 정열, 파토스(Pathos)와 허세를 확고하게 구별하고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준엄하게 얘기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놀라운 기교, 누구든 쉽게 빠져들게 되는 매력은 '허세'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폄하된 또 다른 작곡가가 있으니,

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세르게이라흐마니노프다. 라흐마니노프는 십대 때부터 스크랴빈과 함께

피아노 연주로, 작곡으로 이미 눈에 띄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당대 사람들은 그의 작곡보다는 관객을 압도하는 피아노 연주를 훨씬 더 사랑했다.

심지어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꽤 오랫동안 '창의적이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아류작'이라며 폄하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단번에 빠지게 되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선율이 문제(!)였던 것이다. 고차원적인 음악은 처음부터 단맛을 느끼며 누구나 쉽게 좋아하게 되는

음악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눈에는 띄지만 일반인들은 오랜 시간을 거친 후에야 알아보게 되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영화음악처럼 감미롭게 다가오는 유려한 멜로디와 깊고 우울한 애수를 담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서

발레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난 받았던 차이콥스키 음악과 같이 매도되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5인조 음악가들과는 결이 다른, 독일 음악의 형식 위에 러시아 특유의 정서를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작곡가였던 차이콥스키는 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이었을 때,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단막 오페라 <알레코>를

자신의 작품과 함께 제작하도록 애썼고, 말수가 적고, 내향적이어서 성격까지 자신을 닮은 라흐마니노프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라흐마니노프를 세상에 알린 작품, 전주곡 C#단조 음악원을 졸업하고 경력을 쌓던 라흐마니노프는 1892년, 그의 나이 18세에 피아노곡

<전주곡 C#단조>를 발표한다. 첫 시작부터 압도되는 스케일과 결코 단순하지 않은 화성의 조합, 넓은 음역대를 오가며 그려내는 커다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러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소문이 나며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쇼팽의 전주곡은 하나의 작품 번호 아래에 24개의 각기 다른 장조와 단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역시 24개를 꼽지만 처음 작곡한 Op.23의 10개 곡과 1910-1914년 사이에 작곡한 Op.32의 13곡, Op.3의 No.2 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흐마니노프와 어릴 때부터 함께 공부하고 성장했던 스크랴빈은 쇼팽의 추종자로서 그의 작품 초기에는 쇼팽의 영향이 노골적으로

많이 드러나는데 반해,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은 쇼팽의 달콤함과 아기자기함, 유연한 선율의 빠른 진행과는 달리 엄청난 파워와

반음계로 펼쳐지는 화성이 웅장한 스케일을 만들어내며 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전주곡 Op.3 No.2는 '러시아의 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시간 차이를 두고 울리는 커다란 울림, 음표와 음표 사이에 생기는 긴 호흡은

체념과 회한, 울음, 묵직하면서도 신비로운 여운을 남긴다.

작곡가마다 작품에 언급한 그들만의 이니셜, 특징적인 아이콘이 있다고 할 때,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이름에서 따온 D-S-C-H 음정 묶음을

작품 곳곳에 녹여낸다. 아르보 패르트는 라틴어로 '작은 종'을 뜻하는 '틴티나블룸'(tintinnablum)에서 유래한

'틴티나불리'(tintinnabuli)라는 음악어법을 자주 사용한다. 교회의 전례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종소리를 영적인 감성을 표현하는데

상징적으로 사용해 온 주제인데,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종소리' 역시 묵직한 무게의 종이 울린 후 남는 잔향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회화적 연습곡 Op.33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두 권은 단순한 연습곡이 아닌 고도의 테크닉과 음악적인 성숙,

시적인 감수성을 요하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전주곡이 쇼팽의 음악적 형태와 많이 비교가 된다면,

회화적 연습곡에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자주 거론된다. 연습곡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교향악을 상상할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과 기교,

풍부한 감수성을 성숙하게 표현해내야 비로소 다가오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Op.33보다 Op.39가 더 어렵다'는 표현이 많지만,

작품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시적 여운은 둘 다 빼어나다.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연주에 이어,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과 회화적 연습곡 전곡을 연주하고자 하는 선곡의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다.

1911년과 1917년에 작곡한 회화적 연습곡은 말 그대로 그림,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쓴 연습곡 형태의 작품이다.

Op.33의 8개 곡과 Op.39의 9개 곡, 전체 17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Op.33의 2번과 6번, Op.39의 9번을 제외하면

모두 단조의 조성을 갖고 있다. 그림이나 시, 자연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쓴 곡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표제적인

음악은 아니다. 문헌에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와 표제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나오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작품마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다른 많은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영감의 근원을 밝히지 않고, 듣는 이들의 자유를 위해 여지를 두었다.

자주 들을 수 있는 Op.33의 첫곡 Allegro non troppo in F minor는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퉁명스러울 정도로 담백한 베이스 라인이

두드러지는곡이다. 툭툭 던지는 듯 왼손의 독립된 킬로디와 오른손보다 더 과장된 음량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이끄는 주선율이 왼손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왼손 옥타브 연습을 위한 연습곡이라고 하지만, 서정미가 돋보이는 곡이다.

p.33의 두 번째 곡 Allegro in Cmajor는 분명 장조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멜랑꼴리한 정가 가득하다.

왼손으로 연주하는 빠르고 정확한 아르페지오 패시지는 전체 음악의 이야기를 끄는데,

그 위에 얹어지는 오른손의 담백한 선율은 우수와 간절함이 녹아들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Op.33의 세 번째 곡 Grave-meno mosso in C minor 는 Grave 악상이 갖는 묵직함이 전체 흐름을 이끈다. 단조 곡이지만 우울함과

슬픔으로 허덕이는 것이 아닌, 슬픔을 체념한 채 미래의 밝음을 바라보고자 하는 옅은 시선이 느껴진다. 5분이 채 안되는 짧은 곡인데,

이 곡의 테마는 후일 피아노 협주곡 4번에도 그대로 쓰인다.

회화적 연습곡 Op.33에는 네 번째 곡이 없다. Allegro in A minor 라는 조성과 악상은 그대로 Op.39의 6번째 곡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전체 8곡이라고 하는 Op.33의 작품에는 No.4는 빠져 있고, No.9가 존재하는 것이다. Op.33에서 독립된 곡으로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다섯 번째 곡 Moderato in D minor는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왼손 내성을 위한 재치 있는 연습곡이다. 우아한 멜로디와 어긋나는 듯하다가

다시 해결을 향해 나가는 화성의 진행, 템포를 유연하게 해석하는 루바토의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곡이다.

Op.33의 여섯 번째 곡 Non allgreo - Presto in E flat minor는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의 '눈보라'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물론 그에 비하면 매우 짧은 곡이지만, 짧은 곡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셈여림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조율하기가 어렵고,

숨막히게 등장하는 빠른 패시지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능력, 여기에 변칙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짧은 순간 내에 '가볍지 않게' 여러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데, 숨가쁘게 달려오다가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진 것 같은 클로징은 독특하다.

이 곡을 잘 친 연주자의 곡을 듣고 나면 무언가 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든다.

Op.33의 일곱 번째 곡 Allegro con fuoco in E flat major는 행진곡 풍의 경쾌한 곡이다.

역시 짧은 곡이지만 이 안에서 다양한 그림이 펼쳐지는데,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에 '전람회’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귀엽고 재기발랄하다가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부분에서는 웅장함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곡이다.

Op.33 여덟 번째 곡 Moderato in G minor는 쇼팽을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이다. 특히 마지막부분은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인용했다. Op.33의 마지막 곡 Grave in C sharp minor는 앞서 연주한 '전주곡'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종소리' 울림을 바탕으로 비극적이면서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빠른 패시지의 반복과 도약이 많고, 옥타브로 찍어내는 연타는 물론 화성 진행에 있어서도 강한 타건을 필요로 하는데,

카리스마가 넘치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이다.

 

( 공연 브로셔 발췌 )